실제로 학교를 100% 믿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 칼럼은 제가 2016년에 쓴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부모들의 잘못된 착각으로 자녀에게 무리한 공부를 시키는 경우를 제가 지켜보다가 쓴 글입니다. 이글의 요지는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입 준비도 알고보면 그런 것중 하나일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만든 교육제도는 생각보다 융통성이 없다. 5살이 되면 킨더가튼에 가고 6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18살이 되면 대학에 가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 지켜본 수많은 학생들은 융통성이 없는 교육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적응하여 자신을 맞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융통성이 없는 시스템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별 문제 없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지 않든 원하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 그러면 이들은 그냥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노력이 부족한 학생들인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뇌 발달로 일어나는 청소년기에 변화에 대한 수십 년 간의 연구 결과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기사화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17~18세에 일어나는 대뇌가 총명해지는 현상이다. 이 나이는 대뇌의 변화와 발전이 많이 진전되는 덕분에 이전에 비해서 지능지수(IQ)가 크게 높아진다. 또한 이미 비약적인 발달이 이뤄져 좋은 지능을 갖고 있는 10대들도 더 스마트해진다고 한다. 2013년 쌍둥이 1만1000쌍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하이틴은 전두엽이 특히 발달해서 판단과 의사결정을 책임지는데, 충분히 발달하면 감정의 이탈과 위험 감수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문제 해결, 전략 수립 같은 능력이 20세까지 꾸준히 발달한다. 그래서 SAT로 대표되는 대입 표준시험을 공부해야 하는 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미처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저학년 자녀에게 무리해서 SAT를 가르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자전거는 10대 초반이나 10대 말이나 아무 때나 배워도 된다. 하지만 지능이 발달되지 않은 자녀에게 SAT를 준비를 시키는 것은 시간낭비일 수 있다.
또한 이 나이는 역시 사회성과 연관된 대뇌 부분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그래서 하이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공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문제가 있다면 이 나이가 지나면 상당수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의 동기나 태도는 제대로 해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복잡한 사회 문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대학 신입생 일부가 갑자기 다양한 문제가 벌어지는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래서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중2병이 무척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또한 이유가 있다. 이 나이에는 또래 친구들의 의견에 민감해지고 강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사회성은 아직 발달되지 않아서 또래 친구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데 몇 년이 걸린다. 그래서 매우 혼란스럽고 잠재적으로 매우 불행한 시기다. 덕분에 이 나이 또래는 걷잡을 수 없는 경험을 만난다. 좌충우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사회성이 떨어져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최고조다. 얼마나 심한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이상 환자 절반이 이때 시작된다고 한다. 이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보딩 스쿨에 가거나 급격한 환경변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이엔 주위에서 인기 있는 친구보다는 관심과 취미가 같은 친구를 고르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 무례한 친구는 사귀지 말아야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만약 이때 가족이 동료 의식, 문제해결 능력, 감성적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후에 나타나는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왔다가 너무 바빠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이유는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깝지만 학교를 너무 믿지 말아야 하겠다.
[LA중앙일보] 발행 2016/11/26 미주판 8면